식당을 차리지 않고 음식 브랜드를 만든다

우리 집 부엌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품이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꽤 낯선 식당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음식 플랫폼 Wonder를 만든 마크 로어는 이제 “누구나 자신의 식당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Wonder 레스토랑

Wonder가 준비 중인 ‘Wonder Create’에서는 AI에게 원하는 음식과 식당의 콘셉트를 입력하면 브랜드와 메뉴를 만들고, 이를 Wonder 매장에서 실제 음식으로 판매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현재 공개된 계획으로는 창작자가 매장당 월 10달러를 내고 자신의 음식 브랜드를 올리면 판매액의 10%를 받을 수 있다. 2026년 11월 출시 예정이며 이미 100명이 넘는 인플루언서가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Wonder가 단순한 배달앱이 아니기 때문이다.

Wonder는 여러 음식 브랜드를 하나의 주방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자체 음식 생산망을 만들고 있다. 2026년 7월에는 6억5천만 달러를 추가 투자받았고 투자 전 기업가치는 90억 달러로 평가됐다. 회사가 밝힌 매장 수는 7월 중순 140곳이었고, 최근 보도에서는 148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식당을 만든다는 것은 장소를 만드는 일이었다.

점포를 구한다.
주방을 만든다.
요리사를 고용한다.
식재료를 공급받는다.
손님을 모은다.

그런데 Wonder는 이 가운데 가장 어려운 생산 부분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식당을 갖고 싶습니까?”

상상력만 놓고 보면 매력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렵다.

Wonder처럼 수많은 주방과 자동화 설비, 주문망을 먼저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을 바꿔볼 수 있다.

꼭 새로운 식당을 만들어야 할까?

이미 누군가의 머릿속과 가정의 부엌, 동네의 작은 식당 안에는 수많은 음식이 존재한다.

문제는 음식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상품’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한 사람의 라면이 전국의 라면이 된 꼬꼬면

한국에는 이미 상당히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2011년 이경규 씨는 KBS 프로그램에서 닭 육수를 사용한 하얀 국물 라면을 선보였다.

당시 한국야쿠르트가 이 아이디어를 상품화했다.

회사는 이경규 씨와 레시피 사용계약을 맺고 약 4개월간 제품 개발을 진행한 뒤 꼬꼬면을 시장에 출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팔도 공식 연혁에 따르면 꼬꼬면은 2012년 1월 누적 판매 1억 개를 돌파했다. 현재도 팔도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15년이 흐른 2026년에도 이경규 씨가 방송에서 꼬꼬면 로열티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밝힌 점이다. 당시 계약에 따른 로열티는 매출의 약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꼬꼬면을 단순한 연예인 마케팅 성공사례로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처음부터 식품회사의 연구원이 만든 음식이 아니었다.

  • 한 개인에게 음식 아이디어가 있었다.
  • 기업은 그것을 발견했다.
  • 연구소는 가정이나 방송에서 만들던 음식을 수백만 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바꿨다.
  • 공장은 생산했다.
  • 유통망은 전국으로 보냈다.
  • 그리고 최초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경제적 가치가 돌아갔다.

바로 이 흐름에 새로운 사업의 단서가 있다.

전국의 부엌에는 얼마나 많은 꼬꼬면이 숨어 있을까

생각해보면 거의 모든 집에는 조금씩 다른 음식이 있다.

  • “우리 집 김치찌개는 마지막에 이것을 넣는다.”
  • “우리 어머니 닭볶음탕은 다른 집과 다르다.”
  • “할머니가 40년 동안 만든 장아찌가 있다.”
  • “아버지가 만드는 고기 양념장은 가족들이 제일 좋아한다.”

이 가운데 정말 뛰어난 음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가족 식탁을 벗어나지 못한다.

  • 그 음식을 가진 사람이 음식점을 차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 식품회사를 찾아갈 방법도 모른다.
  • 대량 생산이 가능한지도 모른다.
  • 가격을 얼마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제품 이름과 포장도 만들어본 적이 없다.
  • 그러니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상품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업의 정의를 이렇게 바꿔볼 수 있다.

레시피를 모으는 사이트가 아니다.

맛있는 레시피를 찾아내 상품으로 바꿔주는 회사다.

이 차이는 크다.

인터넷에는 이미 레시피가 넘쳐난다.

필요한 것은 100만 개의 레시피가 아니다.

100만 개 중 정말 돈이 될 수 있는 100개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비슷한 가능성은 확인됐다.

KBS ‘신상출시 편스토랑’은 출연자의 음식 아이디어를 경연으로 고른 뒤 GS25 상품으로 만들었다.

GS25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20개월 동안 출시한 우승 메뉴 31종의 누적 매출이 500억 원을 넘었다. 

방송 프로그램이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

  • 사람의 음식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 소비자가 선택하고,
  • 식품 전문가가 상품화하고,
  • 전국 유통망이 판매한다.

이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면 어떨까?

‘우리 집에서만 먹는 이상한 음식’을 모집할 수도 있다.

‘30년 동안 가족에게만 만들어준 음식’을 찾을 수도 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아는데 외지인은 모르는 음식’을 발굴할 수도 있다.

그리고 레시피만 받지 않는다.

그 음식 뒤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함께 찾는다.

500개의 음식이 들어오면 모두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맛을 보고,
상품성을 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한 뒤

정말 가능성이 있는 몇 개만 기업과 연결한다.

  • 한 음식은 라면이 될 수 있다.
  • 어떤 것은 소스가 될 수 있다.
  • 어떤 것은 냉동식품이 되고,
  • 어떤 것은 편의점 도시락이 되고,
  • 어떤 것은 밀키트가 될 수 있다.
  • 또 어떤 음식은 제품보다 식당 브랜드가 더 어울릴 수도 있다.
  • 작은 식당의 한 그릇도 큰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강릉의 교동짬뽕은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원조로 알려진 강릉 교동반점은 작은 지역 음식점에서 출발했지만 ‘교동짬뽕’이라는 이름은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강릉 교동의 작은 중국집에서 팔던 짬뽕 한 그릇도 비슷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교동반점의 짬뽕은 처음부터 전국 판매를 목표로 만든 상품이 아니었다. 동네 중국집의 메뉴였고, 오랫동안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강릉을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이다.

창업자가 건강 문제로 가게를 넘긴 뒤에도 교동반점을 찾는 손님은 계속 이어졌다. 이미 음식 자체에 ‘교동짬뽕’이라는 강한 이름과 이야기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한 그릇은 결국 식당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전국에는 ‘교동짬뽕’이라는 이름을 내건 음식점과 프랜차이즈가 확산됐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강릉 교동반점과 직접 손잡고 그 맛을 컵라면으로 상품화했다.

2014년 출시된 ‘교동반점 짬뽕’은 불과 7개월여 만에 210만 개가 팔리며 세븐일레븐 컵라면 판매 1위까지 올라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프랜차이즈를 만들었느냐가 아니다.

강릉의 작은 식당에서 팔던 짬뽕 한 그릇이 어느 순간 하나의 점포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이 사례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좋은 음식이 유명해지는 것과, 그 음식의 경제적 가치를 만든 사람이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동네의 작은 식당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한 그릇이 전국적인 음식 이름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식당 사장이 브랜드와 유통, 상품화 방법을 모른다면 음식의 유명세와 사업의 크기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상상하는 사업은 단순히 ‘맛집을 프랜차이즈로 만들어주는 회사’와도 조금 다르다.

가정의 레시피도 찾는다.

작은 음식점의 메뉴도 찾는다.

지역에서만 알려진 음식도 찾는다.

집안에만 전해져 내려오는 양념도 찾는다.

그리고 묻는다.

“이 음식은 식당이어야 할까?”

“소스로 만드는 것이 더 좋을까?”

“냉동제품이면 전국으로 갈 수 있을까?”

“편의점 상품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즉 레시피를 그대로 파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사업의 형태를 찾아주는 것이다.

Wonder와 우리가 발견한 기회의 차이

Wonder는 이렇게 말한다.

“원하는 식당을 만들어보세요. 우리가 음식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발견한 기회는 조금 다르다.

“당신에게 이미 있는 음식부터 꺼내봅시다.”

새로운 메뉴를 AI에게 만들게 하는 것보다,

수십 년 동안 누군가가 먹어왔지만 아무도 상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음식을 찾는 것이다.

어쩌면 좋은 음식 사업의 원료는 식재료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의 기억,
가족의 방식,
지역의 맛,
작은 식당의 한 그릇도 원료가 된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고 상품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이 회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은 공장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맛이 상품이 될 것인가를 발견하는 능력’이 자산이 된다.

식품회사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매번 연구실에서 새로운 제품을 처음부터 만들지 않고, 이미 사람들이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과 이야기를 새로운 상품 후보로 만날 수 있다.

지역 음식점 역시 꼭 수십 개의 가맹점을 직접 관리해야만 자신의 맛을 확장할 필요가 없다.

라면이 될 수도 있고,
소스가 될 수도 있고,
HMR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기업과 함께 새로운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평범한 가정에도 가능성이 열린다.

식당을 차릴 돈은 없어도 된다.

공장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다.

다만 정말 특별한 음식 하나가 있다면 그것이 사업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전국의 부엌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품이 있다

우리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찾을 때 너무 자주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만 혁신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지만 아무도 경제적 가치로 보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는 것 역시 새로운 사업이 된다.

Wonder는 거대한 주방과 AI를 이용해 식당을 만드는 사람의 범위를 넓히려 한다.

한국에서는 그 질문을 조금 다르게 던져볼 수 있다.

“왜 맛있는 음식을 가진 사람이 직접 식당까지 차려야 할까?”

꼬꼬면을 만든 사람에게 라면공장은 없었다.

동네에서 시작한 짬뽕 한 그릇도 전국적인 이름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집 냉장고 안에도 가족만 알고 있는 음식 하나쯤은 있을 수 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새로운 레시피가 아니라,

그것을 찾아내고,
가치를 알아보고,
세상 밖으로 꺼내주는 통로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음 히트상품은 식품회사의 연구실보다 어느 평범한 집의 오래된 부엌에서 먼저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료: Wonder 공식 발표, 투자사 발표, 팔도·GS25 공식 자료, 방송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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